[고봉준 목사 간증] 꼴통목사의 전도행전(9)
어느 무기수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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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디엔 기자 작성일23-05-31 10:09본문

나는 교도소 전도를 위해 생선장사를 하며 선교비를 벌며 사명을 위해 살았던 13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광주교도소에 오전 예배와 오후 예배를 위해 떡 1가마[10박스] [400인분] 50만 원을 준비하여 이동훈 집사님[현재 장로님]과 노영두 집사님과 같이 밤늦게 출발하여 새벽 3시반경에 교도소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집회는 오전 10시라서 휴식을 위해 모텔에서 쉬기로하고 빠삐용장이라는 모텔에서 쉬고 오전 예배 설교를 마치고 강단에서 내려오니 누가 와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부탁합니다. 자세히보니 사형수였고 서울구치소부터 알던 원주왕국회관 방화범 원언식 형제였습니다. 그는 사형수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신앙이 좋아 공장의 형제들에게 설교하는 작은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간 세포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기적적으로 회복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간절하게 기도해주고 밖으로 나오니 문자가 들어옵니다. 국민은행에 500달러를 미국 하와이에 부흥회 갔던 교회 박세창목사님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환율이 1400원이었다, 떡값을 비롯한 모든 선교비를 주신 것입니다.
다음날 교도소에서 편지가 내 앞으로 배달 되었는데 편지를 보낸 무기수 형제도 신앙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형제는 원래 사형수였는데 예수믿고 600명 이상을 전도했고 기적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며 무기수로 감형받은 형제입니이다. 여기 편지를 소개합니다.
"사람의 성정을 가늠하는 잣대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식사하는 모습과 양치질 하는 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찌 살아왔는지 또 성격은 급한지 느긋한지를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저도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본성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음식을 급히 먹다가 자꾸 체하기도 하고 양치질을 하다가 칫솔로 잇몸을 찔러 며칠씩 고생한 적도 여러번입니다.
담 안에서 지낸지 20여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질서와 긴장으로 경직된 생활이 몸에 배인 탓도 크겠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얼마전 내 급한 습관 때문에 심한 곤욕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점심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을 먹다가 가시가 어금니 안쪽 잇몸에 박히면서입니다. 평소 먹던 멸치보다 조금 굵다 싶었지만 만만히 보고 걸신 들린 사람처럼 급히 씹은게 화근이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양치질을 하면 빠지겠거니 했는데 양치질을 하고 나서 오히려 더 깊이 박혀버린 것입니다.
거울을 보며 손가락으로 더듬어도 보고 이쑤시개로 후벼도 봤지만 별 무소용으로 오히려 예상보다 더 빨리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하필이면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한 것이 토요일이라 의무과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비상약을 다 먹었는데 비상약이라야 진통제뿐이어서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뿌리까지 욱신거리며 점점 잇몸이 붓고 볼거리 하는 아이 마냥 볼마저 퉁퉁 부어 오르더니 급기야 턱 밑에 가래 톳이 서 밥은 고사하고 세수하는 것조차도 힘들었습니다. 고통으로 보낸지 사흘째 되는 날 혹처럼 부은 잇몸이 약간 말랑거리는 느낌이 들기에 혀로 힘껏 눌렀더니 놀랍게도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푹 꺼지면서 잇몸 사이에서 뜨뜻하고 시큼 찝질한 뭔가가 분출해 입안 가득 고였습니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화장실 변기에 급히 뱉고 보니 진한 밀크커피에 딸기잼을 뿌린듯한 불그죽죽한 피고름이 어쩌면 그토록 시원하던지 그야말로 앓던 이가 빠졌다는 표현말고는 더적절한 표현은없는 것 같습니다. 내 몸안에 들어온 불청객 가시를 녹이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백혈구가 참으로 고마웠고 이상하게도 내가 갇혀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정 체념의 합리화가 아니라 내가 만일 담 밖 사회에서 그처럼 이가 아팠다면 급한 내 성격에 당장 치과에 달려가 무조건 이를 뽑아 달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멀쩡한 이를 뽑아 치아 장애와 의치를 박아 넣어야 하는 경제적 손실도 감수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며칠의 고통으로 내 소중한 어금니를 지킬수 있었기에 몸이 갇힌 것이 오히려 다행이며 감사했습니다. 이번 아픔이 내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껏 나는 내 몸에 박힌 가시에만 신경 쓰고 아파했지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시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는 걸 알았습니다.
몸에 박힌 작은 가시쯤이야 시간이 지나면 삭아서 고름과 함께 빠진다지만 나는 한 평생 삭지도 않고 어머니 가슴에 깊이 박혀 쓰라린 고통만 안겨드리는 커다란 가시입니다. 이런 가시를 위해 그저 빨리 나와 잘 사는 모습을 보게 해달라고 출렁이는 파도 위의 촛불 같은 생을 부여잡고 소나무 껍질 같은 두 손모아 빌고 계시는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에 아이들은 한 번 아플때마다 꾀가 한 뼘씩 자란다고 했는데 내겐 이번 아픔이 철을 한 뼘 더 들게 하는 값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겠으나 사소한 스트레스는 느슨한 마음을 조이기에 오히려 정신적 활력소가 되고 육체적으론 면역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유익하다고 합니다.
성경 속 인물 사도 바울도 자신의 육체에 있는 가시를 불평하지 않고 그 가시가 스스로를 교만하지 않게 하기 위한 은혜요, 스스로 약함을 인정할 때 그리스도의 능력이 강함을 깨닫는다고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내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고 많은 것을 가르쳐준 가시가 참으로 고마우며 이젠 그 누구도 가시도 되지 않을 것을 깊이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