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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시처럼 내려온 크리스마스
『영혼을 담은 시 쓰기』 북콘서트에서 다시 묻게 된 성탄의 의미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5-12-2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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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다가오면 어린 시절 TV에서 보았던 플란다스의 개가 떠오른다. 성탄절에만 공짜로 볼 수 있었던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짐앞에서 숨을 거두던 네로와 그의 곁을 지키던 개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차가운 성당 바닥 위에서 마침내 그 그림을 바라본 뒤 죽어가는 네로, 그리고 죽음 이후 하늘로 올라가는 두 존재의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군에서 GOP 근무를 하던 어느 겨울밤, 우연히 다시 읽은 플란다스의 개에 관한 수필은 그 기억을 다시 불러냈다. 어른들의 편견과 차별, 눈 쌓인 한겨울 지갑을 찾아주고도 냉대를 받는 아이의 모습, 의지할 곳 없이 떠돌다 자신이 보고 싶어 하던 성당의 그림 앞에서 기뻐하는 그 뒷모습. 세월이 흐른 뒤 문득 깨닫게 된다. 성탄절에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에서 이 땅으로 내려왔고, 네로는 하늘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눈은 차갑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추악한 흔적들을 잠시 하얗게 덮어 준다.

이러한 성탄의 이미지 위에, 한 북콘서트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성탄을 앞두고 열린(21) ‘크리스마스에 가 내리면북콘서트는 시를 통해 언어와 관계, 그리고 시대의 감수성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의 신간 영혼을 담은 시 쓰기를 중심으로 한 북토크 대담으로 진행됐다.

소 목사는 책 서문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시가 낯설고 동경의 대상이라고 표현하며, 국문과나 문창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시가 좋아 꾸준히 써 오다 보니 13권의 시집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는 성취의 결과물이 아니라, 지금도 다가가고 싶은 세계라는 고백이었다.

대담에서는 책에 담긴 시론도 소개됐다. 소 목사는 본문 중 ‘시의 원시성’을 언급하며 시를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 표현 방식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언어로 이해해 왔다고 말했다. 논리와 설명 이전에 존재해 온 언어로서 시는 인간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설명이다. 또 ‘동양학적 어원’을 다룬 장에서는 고대 사회에서 시인이 공동체의 뜻과 시대의 인식을 전달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는 점을 짚었다. 시는 개인적 감상에 머무르기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적 언어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해석이다.

이날 대담에는 정호승 시인과 김종회 교수도 함께했다. 정 시인은 기도는 시이고, 시는 기도라며 시가 지닌 내면적 깊이를 강조했고, 김 교수는 시는 무너진 시대의 언어를 세탁하고 정화하는 힘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세 사람의 대화는 시가 개인의 감성을 넘어 관계와 사회를 잇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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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목사는 최근 칼럼을 통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으로 언어가 오염된 시대적 현실을 언급한 바 있다. 인포데믹과 가짜뉴스, 비방과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시를 통해 언어를 정화하고 인간의 품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영혼을 담은 시 쓰기는 학문적 이론서라기보다, 시를 쓰며 몸으로 부딪쳐 온 시간의 기록이자 실제적인 안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북콘서트는 대담에 앞서 짧은 예배로 시작됐다. 소 목사는 에베소서 210절을 본문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이라는 말씀을 전하며, 헬라어 성경에 사용된 포이에마창작하다는 뜻의 어원에서 비롯된 단어임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작품, 곧 명시(名詩)로 지음 받은 존재라며, “누구나 마음에 시 한 편, 노래 한 편을 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시는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 안에 이미 담긴 창조의 흔적이라는 메시지였다.

말씀으로 던져진 이 선언은 이후 이어진 북토크 대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수렴했다. 시는 쓰는 사람만의 언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언어의 품위를 회복하게 하는 통로라는 인식이다. ‘크리스마스에 시가 내리면이라는 제목처럼, 이날의 시간은 성탄을 설명하기보다 조용히 덮어 주고 성찰하게 했다

오늘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과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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