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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교유착을 말하며 정교분리를 넘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큰 돌부터 제거하겠다’는 말이 위험한 이유

씨디엔 기자
작성일 2026-01-2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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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부 종교 세력의 정치 개입을 “나라 망하는 길”로 규정하며 수사 확대와 처벌 강화를 시사했다. 극단적 설교 사례를 언급하며 종교단체 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종교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태는 분명 민주사회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비판의 방식과 방향이다.

헌법이 정교분리를 명시한 이유는 분명하다. 종교가 권력을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려는 동시에, 국가 역시 종교의 영역을 관리·통제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정교분리는 어느 한쪽만을 겨냥한 원칙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발언은 종교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가 종교를 선별적으로 단속하고 규율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큰 돌부터 집어내고 다음에 자갈을 집어낸다”는 비유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발언이다. 법치국가에서 법 적용은 단계나 크기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 범죄 혐의는 개별 행위에 대해 판단되어야 하며, 종교 집단을 ‘큰 돌’과 ‘작은 돌’로 구분하는 발상 자체가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어긋난다. 이러한 표현은 수사의 기준이 법률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의해 설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대통령이 특정 종교 집단을 거론하며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 또한 신중하지 못하다. 수사는 독립된 사법 절차의 영역이다. 최고 권력자의 공개 발언이 수사 범위와 방향을 예고하는 듯한 모습은, 의도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권분립의 취지에 비춰볼 때 결코 바람직한 장면이 아니다.

물론 설교라는 이름으로 폭력적 표현이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이뤄졌다면 이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은 이미 존재하는 형법과 선거법 체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벌 강도가 낮다”거나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가 권한을 확장하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종교적 표현, 특히 설교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두텁게 보호되는 영역 중 하나다. 이를 제한하려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입증돼야 하며, 그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일부 극단적 사례를 근거로 포괄적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과잉 대응의 전형이다. ‘일부 개신교’라는 표현이 반복될수록, 그 영향은 특정 행위를 넘어 종교 공동체 전반에 대한 위축 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교유착은 분명 끊어내야 할 악습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가가 정교분리의 선을 넘는 순간,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종교가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듯, 정치 또한 종교를 위험 집단이나 관리 대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단속하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권력 스스로를 절제하라는 헌법의 명령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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