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기다리던 교회, 운동장으로 나가다
김태진 박사 『축구가 선교가 되다』저술
본문
13명 인터뷰와 설문으로 확인한 관계선교의 가능성과 과제 제시
교회는 지역 한가운데 있지만 지역주민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지지만, 청소년과 청년이 교회 안에 오래 머물며 관계를 맺는 일은 쉽지 않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숫자가 아니라 교회와 사람 사이의 접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김태진 박사의 『축구가 선교가 되다』는 이 관계의 단절 앞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저자가 수십 년간 목회와 지역사회 현장에서 붙든 대답은 축구였다. 이 책은 축구를 복음 자체로 높이지 않는다. 다만 공을 사이에 두고 함께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관계가 형성되며 그 관계를 따라 복음이 흐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사람은 관계 속에서 변화되고, 복음은 관계를 타고 흐른다”는 문장으로 압축한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질문이 연구가 되다
김 박사는 1995년 용인서부교회를 개척한 뒤 이듬해 지역 목회자 축구선교회를 시작했다. 이후 에벤에셀 청소년 축구단과 FC 레벨업을 창단했고, 학교와 대학 축구부, 지역 체육 현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두 아들도 축구선수와 축구선교사로 성장했다. 이 책은 그런 개인의 이력이나 성공담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정말 축구가 선교가 될 수 있는가”라는 현장의 확신을 연구 질문으로 전환한 결과물이다.
연구는 축구선교가 공동체의 친밀성을 높이는지, 전도와 봉사·섬김에 영향을 주는지, 다음 세대 사역과 담임목사와의 관계, 신앙 성숙과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를 일곱 가지 질문으로 나눠 살폈다. 이를 위해 문헌 연구와 함께 실제 축구선교사 13명을 인터뷰하고, 용인서부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도 목사와 전도사뿐 아니라 장로, 감독, 코치, 사업가 등으로 넓혔다.
“사람을 모으는 힘”에서 “관계를 지속하는 힘”으로
질적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핵심은 축구의 집객력만이 아니었다. 참여자들은 축구가 처음 만난 사람 사이의 경계심을 낮추고,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게 한다고 증언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 교회를 떠났던 이들, 지역 축구동호인과 가족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러나 공만 차면 저절로 선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13명의 인터뷰를 종합한 책의 결론은 축구가 사람을 모으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선교가 되기 위해서는 복음과 관계 형성에 대한 ‘의도적 설계’와 오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적 연구에서도 축구선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공동체 친밀성, 봉사와 섬김, 전도·선교, 다음 세대 전략, 신앙 성숙과 심리적 안정 등과 연결돼 나타났다. 측정 항목의 신뢰도와 표본 적합성도 일정 수준 확보됐으며, 책은 질적 인터뷰와 설문 결과가 대체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주목할 지점은 축구선교가 단지 비신자를 교회로 초청하는 전도 수단으로만 평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성도 간의 친밀성, 목회자와의 관계, 봉사 참여, 정서적 안정까지 연결해 살폈다는 점에서, 사역의 성과를 등록 인원보다 넓은 공동체 변화의 관점에서 보려 했다.
긍정적 결과만으로 일반화할 수 있나
연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양적 조사의 중심이 저자가 담임하는 한 교회 성도들이라는 점에서 결과를 한국교회 전체에 곧바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축구선교에 참여하거나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교집단이나 장기간 추적조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축구 활동이 신앙 성숙이나 심리적 안정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통계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 연구의 의미는 축구선교의 효과를 최종 확정했다는 데 있기보다, 현장의 경험을 검증 가능한 질문과 자료로 전환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 책은 『스포츠선교학개론』처럼 스포츠선교 전체의 학문적 지형을 세우려는 총론이 아니다. 한 종목과 한 목회 현장을 중심으로 축구선교가 사람과 교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는지를 추적한 실증적 기록에 가깝다.
결국 『축구가 선교가 되다』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은 “축구팀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예배당으로 쉽게 들어오지 않는 시대에, 교회가 그들의 삶과 문화 속으로 얼마나 오래 들어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는다. 축구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경기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다. 운동장이 선교지가 되는 순간은 공이 굴러가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교회가 한 사람 곁에 머물기로 결정할 때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