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봉사단, 피해지역 찾아 4일간 긴급구호 활동
현장 수요 조사해 2,000개 구호키트 제작…현지교회 연계 후속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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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9명 실종, 6명은 시신으로”…한국교회가 마주한 베네수엘라 지진 현장
무너진 12층 복합주상건물 앞을 한 주민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진으로 가족 9명이 실종된 그는 6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아직 3명의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신 수습을 위한 철거작업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대로변을 벗어난 이면도로 곳곳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한 건물들도 남아 있었다.
한국교회봉사단이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현장을 찾아 4일간 긴급구호 활동을 진행했다. 봉사단은 이번 방문에서 피해 현황을 직접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한인교회와 교단, NGO 및 현지교회를 연결해 방문 이후에도 구호가 이어질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날 봉사단은 베네수엘라 한인회장의 안내로 지진으로 기존 건물이 폐쇄돼 관저에서 업무 중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상황을 파악했다. 이어 카라카스 시내 피해 건물과 임시대피소 등을 둘러봤다. 임시대피소에서는 베네수엘라 침례교단과 정부가 공동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의료봉사와 예배 등도 진행되고 있었다.
무너진 현장에서 확인한 ‘구호의 사각지대’
둘째 날에는 피해가 심각한 라과이라주로 향했다. 봉사단은 두 팀으로 나눠 피해지역을 살폈다. 한 팀은 공항 주변을 중심으로 피해 건물과 기반시설, 학교·체육관·공원 등에 마련된 재난대피시설과 국제구호단체의 활동 상황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 9명이 실종된 주민을 만났다. 봉사단은 이 주민이 출석하는 인근 주택형 교회에 대해서도 한인교회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른 팀은 기존 구호활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으로 들어갔다. 주택 붕괴로 건물 앞에 개인 천막을 설치하고 생활하는 주민과 열악한 대피시설을 찾아 필요한 물품을 직접 조사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필요는 일반적인 구호품 구성과 다소 달랐다. 겉옷은 비교적 확보돼 있었지만 속옷과 모기약, 피부 보호·보습용품, 침대 시트 등이 부족했다. 봉사단은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물품 구성을 조정했다.
셋째 날에는 카라카스의 대형 창고형 도매시장을 찾아 필요한 물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했다. 기본 생필품과 피부 보호·보습용품, 청소년용 속옷, 개인 천막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바닥에 깔 수 있는 침대 시트 등을 확보했다.
구입한 물품은 한인침례교회로 옮겨졌다. 현지 성도와 봉사자들이 합류해 총 2,000개의 구호키트 제작에 들어갔고 작업은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마지막 날인 넷째 날 오전 6시부터 키트 포장을 마무리하는 한편, 베네수엘라 침례회총회와 협력하는 의료봉사팀을 위한 도시락과 피해지역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과자·빵 등도 준비했다.
이후 한인침례교회 성도와 한인회, 한국대사관 직원 등이 현지 목회자의 안내를 받아 피해 빈민지역을 찾았다. 산비탈을 따라 급경사의 좁은 골목과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봉사단은 주민들에게 우선 필요한 구호물품과 간식을 전달하고 의료봉사팀에도 도시락과 음료를 지원했다.
준비한 2,000개의 메인 구호키트를 방문 기간 중 모두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다. 피해지역이 광범위한 데다 현장에서 시급한 물품을 우선 지원했기 때문이다. 대신 봉사단은 한인침례교회와 베네수엘라 침례회총회, 현지 NGO 및 교회와 협력해 남은 구호활동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번 방문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준비한 구호품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먼저 확인하고, 현지에서 물품을 조달하며, 현지교회가 후속 구호를 계속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이번 방문의 목적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어려운 현실을 한국교회에 알리는 한편,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처럼 한국교회가 현지의 아픔에 동참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밝혔다. 4일간의 현장 방문은 끝났지만 한인교회와 베네수엘라 교단, 현지교회를 통한 구호활동은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