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되 홀로 서지 않는 교회는 가능한가
WAIC 보여준 개교회 자치에서 목회자 검증·신학교육까지 독립교회 모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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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은 개교회를 보호하는 울타리인가, 아니면 통제하는 상부 조직인가. 총회 선거를 둘러싼 갈등과 교권 다툼, 상회비와 인사권, 교회 재산 문제 등이 반복될 때마다 한국교회에는 오래된 질문이 제기돼 왔다. 교회가 교단 정치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공교회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2013년 출범한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개교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신학적 검증과 공동체적 책임은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WAIC가 내세운 방향이었다. 출범 13년을 맞은 지금, WAIC를 평가하는 기준도 창립 당시의 선언 자체보다는 그 문제의식을 실제 제도와 사역으로 얼마나 구현해 왔는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왜 또 하나의 독립교회 연합회가 필요했나
한국교회는 성장 과정에서 교단과 총회를 중심으로 한 제도적 질서를 발전시켜 왔다. 교리적 정체성과 목회자 관리, 분쟁 조정이라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단 정치의 과열과 중앙집권적 통제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WAIC의 출범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특히 독립교회 운동 자체도 조직이 확대되면 기존 교단과 비슷한 정치적 구조와 관료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가 있었다.
WAIC 설립을 주도한 박조준 목사는 교단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정치와 제도에 종속되는 현상을 경계했다. 그가 강조한 독립교회 정신의 핵심은 ‘교단 없는 교회’라기보다 ‘교권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복음 안에서 연대하는 교회’에 가까웠다.
2013년 9월 12일 경기도 부천 순복음부천교회에서 열린 창립 감사예배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한 교계 인사와 성도들이 함께했다. 박조준 목사가 연합회의 영적 방향을 제시했고, 차군규 목사가 초기 조직 정착에 힘을 보탰다. 림택권, 정일웅, 정인찬, 민경배 목사 등 신학계 원로들도 참여하면서 독립교회 운동이 단순한 행정적 이탈이 아니라 신학과 목회 원리에 기초한 연대여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WAIC가 가장 먼저 붙든 가치는 개교회의 자율성이다. 기존 교단이 총회 헌법과 노회 또는 지방회 등의 조직을 통해 개교회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 WAIC는 개별 교회의 정관을 교회 운영의 핵심 규범으로 인정하는 데 무게를 둔다.
담임목사 청빙과 직분자 선출, 재정 운영, 교회 재산을 최종적으로 누가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WAIC가 제시한 답은 ‘연합회가 아니라 해당 교회’인 셈이다.
독립을 선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제도적 장치 만들어
그러나 독립교회가 직면하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 교단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가 곧 신학적·도덕적 책임까지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다.
WAIC의 지난 13년은 이 질문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목회자 선발과 안수 체계다. WAIC는 국내외 신학대학원 과정 이수 여부와 목회 경력 등을 심사하고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목사 후보자를 검증해 왔다. 단순히 교단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독립교회의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진입장벽은 줄이되 목회자 자질에 대한 검증은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WAIC가 말하는 독립성은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와는 다르다. 개교회의 행정적 자율성은 넓히되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신학적 정체성과 윤리적 책임은 공동체적으로 확인한다는 구조다.
신학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강화됐다. 연합회는 웨이크신학원을 통해 목회자 교육 체계를 마련했고, 목회 현장과 신학을 연결하는 교육을 진행해 왔다. 신학교육을 목사안수를 받기 위한 절차에 그치지 않고 독립교회의 정체성을 다음 세대 목회자에게 전수하는 장치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웨이크신학포럼 역시 같은 흐름에 있다. 박조준 목사의 강해설교와 목회철학을 비롯해 독립교회의 신학적 의미와 역사적 정당성을 학술적으로 논의하면서, 개인적 카리스마나 특정 지도자의 영향력만으로 연합회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것을 넘어 이를 학문과 제도로 축적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WAIC는 개교회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극단적 개교회주의와는 선을 긋고 있다. 공교회적 신학 기준을 유지하고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 또는 불건전 단체로 규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일정한 신학적 경계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연합회의 설명이다.
결국 지난 13년 동안 WAIC가 구축하려 했던 구조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교회의 자유는 넓히되 목회자의 책임은 가볍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3년 뒤, 자유보다 더 어려운 질문
WAIC는 목사안수와 교육, 학술 활동, 국내외 네트워크 등을 통해 독립교회 운동을 하나의 제도적 모델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출범 13년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WAIC가 받아야 할 질문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첫 번째는 목회적 돌봄이다. 교단의 노회나 감독체제와 같은 강한 치리 구조를 최소화하면서 목회자가 위기에 놓이거나 교회 내부에 심각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누가 중재하고 지원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독립성이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평적인 목양과 돌봄 체계를 얼마나 세밀하게 갖추느냐가 중요해진다.
두 번째는 책임성이다. 개교회의 자율성이 강화될수록 재정과 인사,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역시 더 높은 수준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다. 상급 기관의 통제를 줄이는 대신 각 교회 스스로 공교회적 책임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세대 계승이다. 박조준 목사를 비롯한 창립 세대와 원로 신학자들의 신앙적·신학적 권위가 연합회의 초기 정체성을 형성했다면, 앞으로는 그 정신이 특정 인물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와 문화로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지점에서 WAIC의 미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얼마나 교단 정치에서 자유로운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자유를 얼마나 책임 있게 사용하고 있는가, 독립된 교회들이 얼마나 서로 돌보고 연결돼 있는가, 그리고 창립자의 정신이 얼마나 다음 세대의 제도로 정착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WAIC가 지난 13년 동안 증명해야 했던 것이 ‘기존 교단의 강한 통제를 받지 않고도 교회가 설 수 있는가’였다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한 단계 더 어렵다.
통제받지 않으면서도 책임질 수 있는가. 독립하면서도 함께 갈 수 있는가. 한국교회에서 독립교회 운동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다음 질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