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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중독자 정죄하기 전 상처 살피고, 교회는 ‘회복 공동체’ 돼야”
미래목회포럼 ‘중독의 시대, 교회의 사명’ 정기포럼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10-16 23:28

본문

마약·도박·스마트폰부터 목회자 ‘사역 중독’까지 진단

“교회, 전문기관과 연계하고 중독자·가족 끝까지 품어야”

마약과 도박, 알코올, 스마트폰에서 일과 관계에 이르기까지 중독의 범위가 일상 전반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중독자를 ‘의지가 약한 사람’이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중독의 행동만 교정하려 하기보다 그 이면의 외로움과 불안, 상처와 관계의 붕괴를 살피고, 전문 치료기관과 연계하면서 장기간 회복을 돕는 공동체가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이사장 이상대 목사)은 15일 ‘중독의 시대, 교회의 사명’을 주제로 정기포럼을 열고 한국 사회의 중독 실태와 목회자의 정신건강, 중독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포럼은 중독사역위원장 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의 사회로 중앙위원 장충만 목사(하늘비전교회)의 기도, 대표 황덕영 목사(새중앙교회)의 인사말에 이어 조현섭 교수(총신대),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심수명 교수(칼빈대)가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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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황덕영 미래목회포럼 대표>

“중독 1200만 명 시대, 의지만으로 끊을 수 없다”

첫 발제에 나선 조현섭 교수는 ‘한국 사회 중독의 실태와 이해’를 주제로 한국 사회에 확산된 알코올·마약·도박·스마트폰 등 각종 중독의 현실을 짚었다.

조 교수는 중독을 특정 물질에 의존하는 문제에 한정하지 않았다. 알코올·약물·마약·흡연 등 ‘물질중독’뿐 아니라 도박,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주식, 쇼핑, 성, 일, 관계 등 반복적인 행동 역시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첨부 강의안은 성경적 관점에서 중독을 “하나님 이외의 대상에게 자신의 주권을 내어준 상태”로 설명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 사회를 ‘중독 1200만 명 시대’로 진단했다. 중독은 당사자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고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간접 피해까지 고려하면 문제가 훨씬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강의안에서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중독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그는 최근 마약 문제가 대학가와 청소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마약 문제만큼은 내가 다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불과 몇 년 전부터 쓰나미처럼 덮쳐 왔다”며 대학가 등에서 마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도박과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도 짚었다. 강의자료에 따르면 2023년 조사에서 중·고생 87만7660명 가운데 사이버도박 위험군은 2만8838명으로 조사됐으며,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22년과 2023년 40.1%에서 2024년 42.6%로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중독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중독을 단순한 습관이나 의지 부족으로 볼 수 없으며 전문적인 도움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회복 이후에도 자신을 ‘회복자’로 인식하며 장기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가 중독자를 정죄하기보다 “왜 그 행동에 빠졌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로움과 소외감, 가정불화, 관계의 어려움, 우울과 불안 등 중독 행동 뒤에 놓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 다시 술을 마시고 쓰러지는 이들을 마지막까지 붙잡아 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교회”라며 전문기관과의 연계와 함께 중독자를 차별하지 않고 관계를 지속하는 신앙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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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목회자도 중독에서 자유롭지 않아, 사역 중독 경계해야”

두 번째 발제자인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는 ‘목회자의 정신건강과 중독’을 주제로 교회 밖 중독 문제뿐 아니라 목회자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700회 이상 목회자 부부 집단상담을 진행했다는 한 교수는 목회자들이 ‘사역 중독’ 또는 ‘일 중독’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마약이나 도박, 성 중독은 외부에서 문제를 발견하기 쉽지만 사역 중독은 ‘열정적인 헌신’이나 ‘충성된 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어 당사자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목회자들이 교인 한 사람의 이탈이나 목회 현장의 갈등까지 자신의 영성과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과도한 죄책감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성도 한 명이 교회를 떠나면 ‘내가 설교를 잘못했나’, ‘내 영성이 부족했나’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탈진과 우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쉼을 죄책감으로 받아들이는 목회문화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성도들에게 안식과 쉼을 설교하면서도 정작 목회자 자신은 며칠의 휴가조차 마음 편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가 자리를 비우면 교회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도 일 중독의 한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회가 강도 높은 감정노동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성도들의 질병과 죽음, 가정문제와 갈등을 지속해서 대면하면서도 정작 목회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공간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목회자의 탈진이나 우울, 가정문제를 무조건 신앙이나 기도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각 교단이 목회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상담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비밀보장을 갖춘 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동 고치려다 영혼 잃어선 안 돼! 교회는 안전한 집 돼야”

마지막 발제자인 심수명 교수는 ‘중독문제 해결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교회의 중독 사역이 ‘행동 교정’ 중심에서 ‘전인적 회복’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행동’을 고치려다 ‘영혼’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중독은 단순한 의지 부족이나 악행이 아니라 살기 위해 무언가라도 붙잡으려 했던 상처 입은 영혼의 몸부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에는 영적 문제뿐 아니라 실존적 불안과 공허함, 뇌 신경망의 변화, 신체적 내성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독을 단순한 도덕적 훈계나 결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영적·심리적·의학적·신체적 차원을 함께 다루는 전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의 역할 역시 전문치료기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심 교수는 중독자의 존재와 인격은 품되 파괴적인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설정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아니라 ‘따뜻한 수용’, ‘단호한 한계 설정’, ‘공감적 직면’, ‘건강한 책임 부과’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독자의 가족도 교회의 돌봄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자 한 사람을 중심으로 배우자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하거나, 자녀가 희생양 또는 문제없는 ‘착한 아이’ 역할을 감당하면서 가족 전체가 병들 수 있다며 “중독자의 가족 역시 교회가 끌어안아야 할 소중한 치유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가 제시한 교회 중독사역의 핵심은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다. 그는 교회가 실패한 사람도 받아들이는 ‘환영’, 자신의 아픔을 말해도 비밀이 지켜지는 ‘안전’, 상처와 관계가 회복되는 ‘회복’, 다시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동행’, 회복된 사람이 다른 이를 돕도록 세우는 ‘파송’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설교와 훈계만으로 중독을 단숨에 해결하려 하거나,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주고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접근을 경계했다. 대신 중독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하면서 장기간 회복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교회가 치료기관 자체가 될 필요는 없다”며 “전문기관이 담당할 영역은 전문기관에 맡기되, 교회는 예배와 관계, 공동체를 통해 중독자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영적 수용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안 역시 교회의 역할을 ‘치료기관을 넘은 공동체’, ‘행동 교정을 넘은 인격 회복’으로 제시하고 있다.

발제 후 논찬에는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미래목회포럼 직전대표)와 이상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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