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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동성애, 단일 유전자로 설명할 수 없다” 성과연, 의과학적 재검토 제기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PC주의와 의학』 출간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10-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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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왼쪽부터 순서대로 류현모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부회장),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회장), 이명진 원장(총무)>

“성·젠더 논쟁, 이념보다 근거중심의학과 의료윤리가 우선돼야”

인간의 성과 성적 지향을 둘러싼 생물학적·사회문화적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의과학자들이 유전학과 임상 연구를 토대로 관련 담론을 재검토하고 정치적 올바름(PC)이 의학과 의료윤리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을 내놨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회장 민성길, 이하 성과연)는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 동성애의 임상적 사실들』(문지사)과 『PC주의와 의학』(광연재)을 소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성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와 류현모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 이명진 성과연 총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과 성적 지향, 젠더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에서 이념이나 정치적 판단보다 근거중심의학과 의료윤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 유전자가 성적 행동을 결정한다는 설명은 어렵다”

민성길 교수가 집필한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은 동성 간 성적 행동과 유전의 관계를 다룬 연구의 흐름을 추적한다.

책은 1980년대 쌍둥이 연구에서 시작해 1990년대 Xq28 염색체를 둘러싼 연관 연구, 이후 대규모 전장유전체연관연구(GWAS)에 이르기까지 유전학 연구의 변화를 정리했다.

특히 저자는 2019년 국제학술지 『Science』에 발표된 대규모 GWAS 연구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해당 연구는 특정 하나의 유전자가 동성 간 성적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다수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민 교수는 이 같은 연구 흐름을 근거로, 과거 대중적으로 확산됐던 이른바 ‘동성애 유전자’라는 단순한 설명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70년대 정신의학계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기준이 크게 변화한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유전과 뇌, 호르몬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학적 가설이 제시됐다”며 “최근 대규모 유전체 연구들을 통해 성적 행동을 하나의 특정 유전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책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발달 과정과 정신사회적 요인도 함께 다룬다. 저자는 유아기 트라우마와 학대, 방임, 따돌림 등 이른바 ‘역경적 소아기 경험’과 성적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성적 지향과 행동을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같은 연구에서 관찰되는 통계적 연관성이 곧바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 원인과 상관관계를 보다 엄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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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염색체와 젠더 담론 둘러싼 논쟁 제기

류현모 부회장은 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분자유전학적 관점에서 입장을 밝혔다.

류 부회장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은 수정 단계부터 성염색체와 유전적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며 “호르몬 투여나 외과적 수술을 통해 신체 외형이나 일부 생리적 특징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세포의 유전적 구성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별 전환 관련 의료 개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몬 치료와 수술의 장기적인 신체적·정신적 영향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 부회장은 또 젠더와 성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과학 연구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주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만으로 연구하거나 토론할 수 없게 된다면 학문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며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 가능한 근거를 중심으로 논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PC주의보다 근거중심의학이 우선돼야”

함께 출간된 『PC주의와 의학』은 지난 3월 성과연이 개최한 ‘PC와 의학’ 콜로키움의 발표 논문을 정리한 책이다.

이명진·류현모·민성길·송흥섭·문지호·박종명·고두현·임수현 등 의사와 의과학자 8명이 필진으로 참여해 정치적 올바름과 의료윤리, 젠더, 동성애, 트랜스젠더 의료, 가족, 성문화, 소아성범죄, HIV 예방정책 등을 다뤘다.

저자들은 정치적·사회적 가치가 의학 연구와 의료 행위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연구 주제 선정이나 논문 출판, 진료 지침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성과 젠더 관련 의료가 상업적 이해관계와 결합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환자의 장기적인 건강과 안전보다 특정 산업이나 의료 시장의 이익이 앞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명진 총무는 “의학은 무엇보다 검증 가능한 사실과 임상적 근거에 기초해야 한다”며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적 압력 때문에 연구 결과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연구 자체를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권리와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동시에 의료 행위가 환자에게 어떤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지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며 “성과연이 말하는 ‘의학적 올바름’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중심의학과 의료윤리를 우선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과연은 두 책의 출간을 계기로 성과 젠더, 의료윤리를 둘러싼 학술 세미나와 대중 강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성과 성적 지향을 둘러싼 논쟁 역시 진영 간 대립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과학적 연구와 임상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신간이 던지는 핵심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의학과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그 이후의 윤리적·사회적 판단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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