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순천에서 뉴욕까지, 프레시컨런스가 바꾼 교회들
버스 한 대에서 시작된 노회 변화, 뉴질랜드·북미·호주로 번진 물결
본문
[프레시컨퍼런스 ② - 선교적 삶으로의 전환]
[편집자 주] 프레시컨퍼런스는 3일이다. 그러나 그 3일이 남긴 것들은 지금도 전국 각지와 해외 여러 지역에서 진행형이다. 이번 편에서는 컨퍼런스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실제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장들이 있다.
경상남도 순천에서 안양까지는 버스로 4시간이 넘는다.
그 거리를 매년 마다 교회 리더십 전체가 함께 올라오는 교회가 있다. 담임목사와 장로들, 부교역자들이 한 버스를 타고 3년째 프레시 컨퍼런스를 찾는다. 처음에는 그 교회만이었다. 그 교회에서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고,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주변 목사들에게 말을 전했다. 올해는 전남 일대에서만 500여 명의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전남 프레시’라는 이름으로 따로 모인다.
“한 교회가 변화되면, 노회가 움직입니다.” 프레시 사무총장 김상인 목사(움직이는교회 담임)의 말이다. 프레시 컨퍼런스가 4회를 맞는 이 시점에서, 이 운동을 ‘행사’라고 부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버스 한 대가 노회를 움직인 이야기
전남 지역 목회자 집결의 시작은 소박했다. 한 목회자가 프레시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좋은 것을 혼자 가지고 있지 못하는 법이다. 이듬해 그는 사모와 장로들과 직분자들을 데리고 다시 왔다. 함께 앉아 선교적 교회를 공부하고, 버스 안에서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교회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가 소문이 났다. 전남 일대의 목회자들에게 그 이야기가 전해졌고, 요청이 들어왔다. “우리도 하고 싶다.” 그 결과물이 ‘전남 프레시’다. 이미 전라도 곳곳에서 요청이 들어오고 있고, 부산에서도,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물음이 오고 있다. 김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교회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연합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 마음입니다.”
이 흐름의 구조적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교회의 지형에서 노회나 지역 연합 차원의 움직임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교단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고, 신학적 지향이 조금씩 다른 교회들이 ‘선교적 교회’라는 하나의 언어 아래 함께 앉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다. 4년 전 안양 새중앙교회의 한 컨퍼런스에서 시작된 물결이, 지금은 그 교회와 아무 직접적 관계 없는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그것이 운동의 증거다.
뉴질랜드에서도, 호주에서도
프레시 컨퍼런스가 한국교회 안에서만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상훈 총장이 지난해 윤은성 목사와 함께 뉴질랜드를 방문한 직후, 현지 한인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프레시 모임을 만들었다. 조직의 지시가 아니었다. 프레시가 던지는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한국에만 해당하는 물음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느꼈기 때문이다.
북미의 경우는 역사가 더 깊다. 미국에서는 이미 훨씬 이전부터 미셔널 처치 얼라이언스 등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고, 프레시 무브먼트와 자매 관계에 가까운 협력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호주에서도 한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선교적 교회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가 꾸준히 들어온다. 윤은성 목사는 이렇게 표현한다. “저희가 예측하고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저희가 직접 지시하거나 조직한 것도 없어요. 하나님께서 정말 다양한 계층, 다양한 영역, 다양한 지역과 나라들에서 이 선교적 교회의 역동성이 계속 확산되고 자생하도록 하고 계신 것들을 지난 3년간 지켜보는 기쁨이 너무 큽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컨퍼런스가, 한국어가 통하는 공동체들 안에서 독자적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새중앙교회의 네트워크 확장이 아니다. ‘선교적 교회’라는 본질적 물음이 어느 나라, 어느 교회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의 증거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세대가 깨어나고 있다”
한국교회가 가장 절망적으로 보는 지점 중 하나는 다음세대다. 중학생이 빠지고, 고등학생이 사라지고, 대학 청년부가 공동화(空洞化)되는 현실은 통계로도, 목회 현장의 체감으로도 이미 충분히 확인된다.
그런데 이상훈 총장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잃어버린 세대, 소망이 사라진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대 가운데 엄청난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숫자도 있다. 윤은성 목사는 구체적으로 말한다. “부산·경남 300개, 서울·경기 200개 등 각 지역 캠퍼스에서 다음세대를 중심으로 기도와 예배 모임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각 지역교회에서 유학생을 중심으로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고요.”
1세대 목회자들이 만든 구조 안으로 청년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러나 청년들이 신앙을 잃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더 유기적인 공동체 안에서, 오히려 더 뜨거운 방식으로 하나님을 찾고 있다. 프레시 컨퍼런스는 그 세대를 다시 불러오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이미 만들어가고 있는 운동을 발굴하고 무대에 세워 기성 교회에게 보여준다.
이 구조가 중요하다. 청년들이 컨퍼런스 강단에 서는 것은 단순한 세대 포용의 제스처가 아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세대”가 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활발하게 선교적 삶을 살고 있다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기성 교회 목회자들이 눈으로 보는 것, 그것이 프레시 컨퍼런스가 다음세대를 대하는 방식이다.
청년부를 수련회 삼아 단체로 프레시 컨퍼런스에 오는 교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강의실 안에서 담임목사와 30대 청년과 고등학생이 나란히 앉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재발견한다.
전통 교회를 바꾸는 가장 어려운 일
프레시 컨퍼런스가 반복해서 마주치는 가장 두터운 벽은 전통 교회의 전환이다.
이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황덕영 목사다. 그는 새중앙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전환해 온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전국의 수많은 전통 교회 목사들이 이 길을 걷는 것을 가까이서 보아온 사람이다.
“전통 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전환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열의를 가지고 프레시와 함께하시는 목사님들, 저는 진짜 하나같이 존경스럽고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그가 말을 잇는다. “안 하셔도 되거든요. 이대로 가도 뭐라 할 사람도 없어요. 무리도 없어요. 근데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과 뜻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감당하는 거예요.”
전통 교회 전환의 첫 번째 장벽은 구조가 아니다. 사람이다. 더 정확하게는, 담임목사 자신이다. “전통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선교사로 살지 않으면 선교적 교회는 불가능합니다. 담임목사만이 아니라 당회로 운영되든 그 조직이 선교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그것을 바꾸는 데 목숨 걸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이 말의 무게를 이해하려면 한국교회의 전통 교회 구조를 알아야 한다. 수십 년의 역사가 쌓인 교회에는 그 역사만큼 단단하게 굳어진 문화가 있다. 예배의 방식, 교회 운영의 습관, 성도들의 기대치, 이것들은 하나씩 건드릴 때마다 저항을 만든다.
그러나 가능하다. 황 목사는 분명하게 말한다.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선교적 교회로 전환하신 분들 중 교회에 탐방을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서 성경적으로 도전받고, 장로님들 권사님들 모두 비전 선교사로 사셔야 한다는 도전을 받을 때, 강단에서 목사님이 하는 이야기보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저렇게 살지?’하는 성도 한 사람의 스토리가 다른 성도에게 불을 붙입니다.”
여기에 교회 내부 전환의 열쇠가 있다. 설교가 아니라 스토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 담임목사가 먼저 선교사로 살기 시작하고, 그 영향을 받은 성도 한 사람이 변화되고, 그 변화가 공동체 전체를 감염시킨다. 이것이 프레시 컨퍼런스가 보여주는 전통 교회 전환의 방정식이다.
전통 교회의 리더십 교체가 대거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이 방정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황 목사는 말한다. “후임자로 청빙을 받아 선교적 교회 문화를 흡수하면서 선교적으로 도전해 가려면 굉장히 큰 장벽들이 많은데,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하고 이런 동역자들과 공동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국교회에서 선교지로
이 운동의 파장은 국내와 해외 한인교회를 넘어 선교 필드에까지 닿고 있다. 뉴욕에서 3040세대 선교사들의 선교대회가 열린다. 한국교회 선교 역사에서 이 세대의 선교사들이 이런 규모로 따로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상훈 총장이 강사로 나선다. 프레시 컨퍼런스의 강사들이 대거 함께 한다.
선교 필드에서 ‘선교적 교회’ 개념이 왜 필요한가. 이것은 역설처럼 들린다. 이미 선교하러 나간 사람들에게 선교적 교회를 말한다는 것이. 그러나 선교학적으로 이 역설은 매우 중요한 지점을 가리킨다. 선교사가 세운 현지 교회가 다시 선교적이지 않으면, 그 교회는 또다시 ‘안으로 모이는 교회’가 된다. 한국교회가 수십 년간 경험한 그 문제를, 선교사들이 세운 현지 교회들이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
3040세대 선교사들 안에 선교적 교회의 DNA를 심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선교운동의 다음 세대를 형성하는 작업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프레시 컨퍼런스의 물음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가 한국어로 파송된 선교사들을 통해 각 국가와 민족의 교회에 전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윤은성 목사는 이 전체 흐름을 이렇게 요약한다. “저희가 예측하고 그린 그림이 아니지만, 지금 다양한 계층, 다양한 영역, 다양한 지역과 나라들에서 이 선교적 교회의 역동성이 계속 확산되고 자생하는 것들을 지난 3년간 지켜보는 기쁨이 너무 큽니다.”
운동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 모든 사례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프레시 컨퍼런스가 직접 조직하거나 파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천의 교회가 버스를 대절한 것은 새중앙교회가 요청해서가 아니다. 뉴질랜드 한인 목사들이 자체 모임을 만든 것도 조직의 지시가 없었다. 캠퍼스 학생들이 기도 모임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행사와 운동의 차이다. 행사는 주최자가 없으면 끝난다. 운동은 불씨를 받아간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불을 피운다. 4년간의 프레시 컨퍼런스가 남긴 것은 참가자 숫자가 아니라, 불씨를 받아간 사람들의 숫자다.
“저희가 직접 하는 거 아니에요.” 윤 목사의 말은 이 운동의 본질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저희가 어떤 직접적인 지원이나 이런 것들이 없어도, 함께하는 동역자들이 다 바깥에서 여러 모양으로 협력하고 동역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다양한 역동성들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3일의 컨퍼런스가 끝난 자리에서, 이것은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증적 답변처럼 보인다. 교회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을 때, 교회는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퍼져나간다.
[앞서 진행된 현장 목소리들]
“선교적 교회는 전통적 교회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입니다. 선교적 교회를 하나의 이벤트로 보는 게 아니라 생존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 윤용현 목사 (제2회 프레시 컨퍼런스 강사, 전통 교회 선교 전환 사례)
“사역은 존재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이벤트가 아닌 진실하고 신실한 존재가 될 때 감동이 일어납니다.”
- 오재경 목사 (제2회 프레시 컨퍼런스 강사, 거버넌스와 선교 세션)
“선교는 더 이상 멀리 가는 게 아니라 깊이 가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교제하면서 선교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 김선일 교수 (웨스트민스터대, 제1회 프레시 컨퍼런스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