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정교분리, 종교 자유의 방벽인가 통제의 수단인가”
손현보 목사, 『항소이유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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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일 독방·20번 고발·39번 재판의 기록…제헌헌법 입법 취지·나치·일제 사례 비교 분석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 손현보 목사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구속과 재판 전 과정을 기록한 『손현보 목사의 항소이유서』를 공식 출간했다.
2025년 압수수색에서 시작해 2026년 1월 1심 유죄 판결에 이르는 경위를 직접 기술한 이 책은, 단순한 개인 사건의 기록을 넘어 설교와 기도라는 신앙 행위가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구조 자체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승윤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해 법리적 분석을 병행했다.
“50분 설교 중 1~2분이 잘려 혐의가 됐다”
손 목사는 코로나19 시기 현장 예배 수호, 차별금지법 반대, 세이브코리아 집회 주도 등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2025년 9월 8일, 그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영장 발부 사유는 ‘도주 우려’였다. 매주 예배를 인도해야 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에게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책에서 손 목사는 혐의의 근거가 된 방식을 이렇게 기록한다. “50분의 설교 가운데 고작 1~2분, 그것도 앞뒤가 끊긴 몇 문장이 따로 떼어졌다. 그 조각이 어느새 ‘문제의 핵심’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부목사가 드린 기도문의 한 문장 역시 맥락이 제거된 채 수사 대상이 됐고, 1심 판결에서는 이마저 손 목사와의 ‘공모’로 인정됐다. 코로나19 이후 이 사건까지 그가 감당한 고발은 20번, 재판은 39번이었으며, 147일을 독방에서 보냈다. 2026년 1월 30일 선고된 1심 결과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10가지 혐의 전부에 대한 유죄였다.
손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판결의 형평성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부산시 교육감 후보 김석준 씨는 같은 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손 목사는 “선거 당사자도 아닌 내가 감옥에 가고, 실제 선거법을 위반한 선거 당사자는 오히려 형량이 더 가볍다면 이것이 공정한 재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판 내내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 이상 이 나라에는 존경하는 재판장이 아니라 권력에 굴복하는 재판장들만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목사는 정교분리 논쟁을 1948년 제헌국회까지 소급해 짚는다. 헌법 제정 당시 국회 속기록을 보면, 일부 의원들은 “종교의 자유를 굳이 법으로 규정하면 국가가 종교에 개입할 빌미가 된다”고 우려했다. ‘국가는 종교상의 모든 행위를 보호한다’는 수정안이 제시됐으나, “보호를 명분으로 종교를 간섭할 위험이 크다”는 반대에 부딪혀 찬성 39표, 반대 86표로 부결됐다. 그는 “제헌국회의 일치된 본뜻은 국가 권력은 종교의 영역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으며, 정교분리의 목적은 오직 종교의 자유 보장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비교도 제시한다. 나치는 ‘강단 조항’을 신설해 목사의 설교 내용을 검열하고 처벌했으며, 일제는 ‘포교규칙’으로 종교 활동을 통제했다. 이에 맞선 것이 디트리히 본회퍼와 칼 바르트의 고백교회였고, 한반도에서는 민족대표 33인 전원이 종교인이었던 3·1운동이 그 논리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손 목사는 “이들에게 정교분리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원칙이 아니라 종교가 국가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재갈이었다”며, 같은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권력에 비판적인 자만 고발당한다”
손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종교 간·단체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1998년 이후 노동조합은 단체 명의로 선거운동이 허용됐지만, 교회는 설교 몇 마디로 구속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발언을 한 직후 2026년 1월 9일 민주당이 민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고, 같은 달 21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교분리 위반자에 대한 수사를 언급한 흐름을 하나의 맥락으로 제시했다. “재판은 권력의 시녀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공저자 정승윤 교수는 2부에서 법리 분석을 통해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예배 설교를 선거운동으로 규율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됐다고 비판하며, “설교는 신앙의 기준을 설명하는 자리이고, 그 안에서 현실 이야기가 함께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에 가깝다”고 정리했다. 정교분리의 기원이 미국적 전통이 아니라 일제의 잔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그는 최후 변론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국민 배심원 여러분, 손현보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손 목사는 책 말미에서 이렇게 묻는다. “누군가의 말 한 줄이 언제든지 다른 의미로 묶일 수 있다면, 그것은 특정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문제다.” 설교와 기도가 법의 대상이 되고 강단이 검열의 공간으로 재구성되는 현실 앞에서, 그는 사법부와 국민 모두를 향해 동시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