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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김정수 교수 “정교분리 국가에서 종무실 보조금, 오히려 정교유착 키웠다”
한국기독언론협회 제1회 정책 세미나 개최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4-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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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지원금 문제 제기지원 위주의 종교행정은 폐지되어야

한국기독언론협회(회장 노곤채) 정책 세미나에서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김정수 교수가 보조금 지원 위주의 종교행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하며, 종무실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종교 지원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독교회관에서 29일 열린 세미나 발제의 핵심은, 대한민국은 헌법이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선언한 세속국가인데, 실제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을 통해 국가가 특정 종교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오히려 정교유착 구조를 제도화해 왔다는 문제제기였다.

김 교수는 종교행정의 가장 큰 문제를 맹점이라는 말로 짚었다. 대다수 국민은 종교계 사업에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고, 종무실의 존재와 역할, 지원 대상 종교의 범위와 역사적 배경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비가시성이 종교지원 정책을 비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민이 잘 모르는 사이, 종교와 국가의 관계는 괴이한 유착관계로 굳어져 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20억 원을 지원했고, 평창 월정사의 탄허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에는 4억 원,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한국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건립에는 약 26억 원이 투입됐다.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의 경우 총사업비 176억 원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88억 원, 전남도와 영광군이 44억 원을 부담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국가가 종교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가 이미 광범위하게 제도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규모다. 발제문에 따르면 종무실 예산은 1999년 약 27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6년에는 1,0436천만 원까지 늘어났다. 그 가운데 종교문화활동 지원이 228억 원, 전통종교문화유산 보존이 3218천만 원, 종교문화시설 건립이 407억 원, 법난심의위원회 운영이 21천만 원, 재해복구비가 846천만 원으로 편성됐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구조를 두고 종무실이 더 이상 종교 간 조정이나 행정 관리의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보조금 지원 기관으로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종교별 배분 구조도 불균형이 크다고 봤다. 김 교수는 2026년 종무실 예산 가운데 개별 종교 대상 예산이 전체의 95.7%에 이르며, 종교별 비중은 불교 81.9%, 천주교 6.6%, 개신교 4.8%라고 제시했다. 실제 금액으로 보면 불교 관련 예산은 총 8185천만 원, 천주교는 662천만 원, 개신교는 453천만 원 수준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수치를 통해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정교분리 원칙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종무실 존립 문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종교행정의 근본 특성을 공인교주의로 규정했다. 국가가 사실상 종교와 종교 아닌 것을 구분하고, 공인된 종교에 대해 정책적 혜택을 부여하는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는 종무실 지원 대상이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일부 종교로 한정돼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일제강점기 통치체제의 유산과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정교분리 국가에서 국가가 종교를 지원하는 전담 부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김 교수의 발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종무실 폐지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종무실이 종교 간 화합과 행정 조정의 이름으로 존재해 왔지만, 실제로는 종교단체 보조금 지원의 통로가 되었고, 그 결과 국가가 종교와 거리를 두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이 얽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종무실은 정교분리의 안전장치가 아니라, 정교유착의 제도적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사실 종무실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종교와 정치와의 오래된 유착관계에 있다고 김 교수는 진단한다. 비유컨대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부 시절에는 정치권력이 당근과 채찍으로 종교를 통제해 왔다면, 민주와 이후에는 채찍은 사라지고 당근만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통제받지 않는 거대한 권력집단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앞다투어 각 종교단체를 찾아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한국교회에도 가볍지 않다. 종무실 폐지론은 단지 기독교가 얼마를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국가의 지원 속에서 안정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복음의 공동체로 서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국가 재정에 익숙해질수록, 국가를 향해 예언자적으로 말할 자유는 줄어들 수 있다.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를 제한하는 원칙이면서 동시에 종교를 보호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발제 말미에서 종교는 돈이 모이면 본질이 훼손되고 출발점을 잃어버린다. 정치와 종교의 비정상적 유착관계가 지속된다면 나라도 망하고 종교도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세미나는 종무실 보조금 문제를 단순한 행정 논란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정교분리 원칙을 어디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인지 묻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질문의 중심에는 단순히 종무실의 존폐 문제를 넘어 정치와 종교 관계의 정상화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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