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宣 교수 칼럼] “성경은 문학이 아니라 언약이다”
故 김두석 교수, 마지막 강의에서 아프리카 선교까지
본문
“말씀에 인생을 바친 구약학자, 칼빈대학교 강단에 남긴 언약신학의 유산”
“죽음 앞에서도 멈추지 않은 사명, 제자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
“스승의 유언이 열방의 복음으로, 가나와 토고에 뿌리내리는 언약신학”
한 신학자의 생애는 끝났지만, 그가 평생 전한 하나님의 언약은 끝나지 않았다. 강단에서 울려 퍼지던 그의 목소리는 멈췄지만, 그가 남긴 말씀의 씨앗은 오늘도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 가나와 토고에서 자라고 있다. 바로 칼빈대학교 구약학 명예교수 故 김두석 박사의 이야기다.
2025년 2월 3일 새벽 5시 30분, 김두석 교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2021년 췌장암 4기 진단 이후에도 강단을 지키며 평생 연구한 언약신학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헌신했다. 장례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으며, 2월 6일 발인했다. 그의 육신은 떠났지만, 저술과 강의, 제자들을 통해 이어지는 사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말씀에 인생을 바친 구약학자, 칼빈대학교 강단에 남긴 언약신학
김두석 교수의 학문적 여정은 어린 시절 시골교회에서 시작된 독서와 말씀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다. 충청도 출신으로 전해지는 그는 교회 전도사의 권유로 많은 책을 읽었으며, 학교 대표로 글쓰기 대회에 출전해 수상하기도 했다.
청년 시절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소명을 품고 기존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총신대학교에 새롭게 입학하여 신학을 공부했으며, 특히 히브리어 원어 연구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그는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트리니티신학대학교와 휴스턴신학대학교에서 학문을 이어갔다. 이후 총신대학교와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등에서 히브리어와 구약신학을 가르쳤으며, 칼빈대학교 구약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목회자와 신학생을 양성했다. 2022년 8월 정년퇴임 후에도 명예교수로서 후학을 지도했고, 서울 나눔의교회를 개척하여 목회에도 헌신했다.
그의 신학을 관통하는 핵심 명제는 분명했다. “성경은 문학이 아니라 언약입니다.”
이는 성경의 문학적 가치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성경의 중심에 흐르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언약과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한다는 신학적 확신이었다.
김두석 교수는 구약의 율법서와 역사서, 시가서와 선지서를 관통하는 메시아언약을 연구했다. 그 결실은 『창세기와 그리스도』, 『출애굽기와 그리스도』, 『구약의 메시아언약』 등 수많은 저술과 논문으로 남았으며, 이후 25종의 언약신학 전자책 시리즈로 정리되었다.
그에게 히브리어 연구는 학문적 명예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성경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그 말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한 거룩한 사명이었다. 그가 칼빈대학교 강단에 남긴 가장 귀한 유산은 신학 지식만이 아니라, 성경의 중심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려는 신앙이었다.
죽음 앞에서도 멈추지 않은 사명, 제자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
2021년 6월, 김두석 교수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병마 앞에서도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은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평생 연구한 언약신학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힘썼다.
제자들과 함께 김두석언약신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정기적인 언약신학 세미나를 이어갔다. 칼빈대학교 신석범 교수와 유영진 교수 등 동역자들도 함께했다. 건강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소천하기 약 두 달 전까지 강의를 이어가며 미처 녹화하지 못한 언약신학 내용을 남기고자 했다.
그에게 강단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 사명의 자리였다. 육신은 점점 약해졌지만, 말씀을 향한 열정은 마지막까지 식지 않았다. 그리고 2024년 12월 20일, 김두석 교수는 제자 김선경 박사에게 평생의 소망을 담은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언약소 모든 사역과 가나 및 토고에 제 교재와 논문을 전달하는 일을 꼭 이루어 주십시오.”
이 짧은 유언에는 한 신학자의 평생과 마지막 소망이 담겨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사위들과 손주들을 둔 그가 제자에게 특별히 맡긴 사명은 자신의 이름과 업적을 기념하는 일이 아니었다. 평생 연구한 하나님의 말씀을 복음이 필요한 열방에 전하고, 현지 지도자들이 그 말씀으로 세워지도록 돕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저술이 연구실 책장에 머물기보다 아프리카의 작은 교회 강단에서 펼쳐지기를 소망했다. 자신의 이름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열방에 전해지기를 바랐다. 이것이 그가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신앙이며, 제자들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이었다.
스승의 유언이 열방의 복음으로, 가나와 토고에 뿌리내리는 언약신학
김두석 교수의 유언을 이어받은 김선경 박사와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선경 박사는 2013년 국제헤세드선교회를 설립하고 아프리카 가나와 토고에서 현지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구제와 교육선교사역을 시작했다. 극빈지역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현지 지도자들을 말씀으로 양육하는 일에 헌신했다.
그러나 선교 현장에서 깊은 갈급함을 느꼈다. 굶주린 이웃에게 빵을 나누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영혼을 세우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바르고 깊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약의 메시아언약을 연구할 신학적 스승을 찾던 그는 2021년 칼빈대학교 구약학 석·박사과정에서 김두석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그해 김 교수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김선경 박사가 가나와 토고에 말씀을 전하기 위해 구약신학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교수는 은퇴 후 연구소 사역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저술과 논문, 강의영상 등을 제자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평생 말씀을 연구한 스승과 그 말씀을 열방에 전하려는 제자의 만남은 언약신학이 세계선교로 이어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김 교수의 소천 이후 김선경 박사는 스승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연구소 동역자들과 함께 저술과 강의자료를 정리했다. 특히 구부회 목사와 협력하여 25종의 언약신학 주석 시리즈를 한국어 전자책으로 편찬하고 영어와 불어로 번역하는 사역을 추진했다.
영어본은 가나의 조지 목사가 감수에 참여했으며, 불어본은 토고의 토파 목사와 현지 검수팀 6명이 협력했다. 영어 전자책은 아마존을 통해 보급되고 있고, 불어 전자책은 2027년 3월까지 아마존 등재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한국어 자료는 교보문고에서 ‘김두석 언약’, 아마존에서는 ‘Dooseok Kim’을 검색하여 찾아볼 수 있다. 김두석언약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ictbible.com)를 통해서도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출판 사업이 아니다. 한국의 한 신학자가 평생 연구한 언약신학이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아프리카 현지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전해지는 말씀의 선교다.
김선경 박사는 가나 두 곳과 토고 네 곳의 교회 개척에 참여했으며, 현재도 언약신학 세미나와 현지 지도자 양성, 극빈지역 구제와 무슬림 공동체를 향한 복음 전파에 헌신하고 있다. 신학이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복음이 필요한 마을과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는 살아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26년 12월 7일, 김두석언약신학연구소는 서울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송년감사회를 개최하고 언약신학 세미나와 2027년 사역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이는 한 신학자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남긴 말씀의 유산을 다음 세대와 열방에 전하겠다는 새로운 헌신의 자리가 될 것이다.
멈추지 않는 언약의 불빛, 한국교회를 넘어 열방으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수많은 설교와 신학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과연 그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언약이 살아 있는가? 우리는 말씀을 지식으로만 소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며 열방에 전하고 있는가?
김두석 교수의 생애는 이 질문에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남긴 진정한 유산은 25종의 저술만이 아니다. 말씀을 향한 신학자의 정직함, 병상에서도 사명을 놓지 않았던 목회자의 충성, 그리고 자신이 받은 진리를 다음 세대와 세계교회에 전하려 했던 선교적 열정이다.
한 신학자의 목소리는 멈췄지만, 그가 전한 하나님의 언약은 멈추지 않았다. 한 사람의 생애는 끝났지만, 그가 뿌린 말씀의 씨앗은 아프리카 땅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자라고 있다. 이제 스승의 손에서 놓인 말씀의 횃불은 제자들의 손에 들려 있다. 그 불빛은 칼빈대학교의 강단을 넘어 가나와 토고, 더 나아가 열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두석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평생 전한 하나님의 언약이 다음 세대와 열방에 이어지는 한, 그의 신앙과 사명은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다.
최선 박사(Ph.D.,Th.D.)
대학교 대우·겸임교수
신문·방송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