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성경은 가르치는데 왜 다음 세대는 떠나는가
예시바대 BRGS, 12일 온라인 학술포럼서 유대인 토라 교육철학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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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는 성경공부가 많다. 교회학교에서부터 제자훈련, 소그룹 모임, 큐티에 이르기까지 말씀을 배우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러나 다음 세대 신앙 전승에 대한 고민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문제는 성경을 얼마나 많이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성경을 어떻게 공부하고 삶으로 이어가게 하느냐에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는 12일 뉴욕 예시바대학교 BRGS가 여는 유대인 교육철학 학술포럼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번 포럼은 유대인들의 토라 공부와 교육철학을 통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성경 학습의 방식과 교육생태계를 살펴보는 자리다.
허정문 헤브레이카 베리타스 프로그램 디렉터는 5일 기자회견에서 “유대인이 특별하다기보다 토라를 대하는 방식이 특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대인 교육에서 토라는 단순한 교재가 아니라 공부와 삶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인들도 말씀을 공부하지만 유대인들은 토라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 해석하고 토론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형성된 대표적인 전통이 탈무드”라고 말했다.
읽는 성경에서 행하는 성경으로
유대인의 토라 공부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어떻게 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말씀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삶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지킬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토론해 왔다는 것이다.
허 디렉터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면 먼저 순종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토론한다”며 “그러한 해석과 논쟁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하나의 학문적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본지 기자가 “한국교회의 성경공부와 유대인의 토라 교육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토라를 중심으로 축적된 해석 전통과 학습 방법을 강조했다.
그는 “유대인들은 하나의 텍스트를 세대를 넘어 공동체적으로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상당한 지적 유산을 축적해 왔다”며 “기독교에도 많은 주석과 해석의 전통이 있지만 이 점은 한국교회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 1부에서는 예시바대 강사인 랍비 모르데카이 베커가 ‘토라 공부, 성경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한다. 2부에서는 ‘토라 그 자체를 위한 공부’를 뜻하는 ‘토라 리쉬마’를 중심으로 유대인의 교육철학과 리더십을 다룬다.
유대인 교육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교육생태계가 꼽혔다. 장규준 ACE 사무총장(왼쪽 사진)은 “유대인들을 연구하면서 찾은 중요한 답 가운데 하나가 네트워크였다”며 “가정과 회당, 학교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교육공동체’ 또는 ‘교육생태계’라고 표현했다. 한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받아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가정과 종교공동체, 학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장 사무총장은 “한국교회도 인적·물적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개별 교회와 단체가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교육기관과 교회, 가정이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디렉터 역시 유대인의 교육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형 예시바와 같은 공부의 장이 필요하다”며 “유대인들의 교육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사와 사상,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포럼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은, 성경을 얼마나 많이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말씀을 질문하고 토론하며 삶으로 살아내도록 어떤 교육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시바대 BRGS가 주최하는 이번 온라인 학술포럼은 11월 12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줌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