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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4 10:07:02
이효상 칼럼, 천로역정(天路歷程)이은 명심도(明心圖)

나는 애서가(愛書家)이다. 그러다보니 책 수집 특히 고서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일을 즐겨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한국교회에서 ‘기독교서지연구가’라는 평까지 듣게 되었다. 여러 책들을 구입하게 되면 제일 먼저 사진을 찍고, 스캔을 뜨고, 그 내용을 읽고 요약 정리하여 문서화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그 자료가 칼럼이 되고 논문이 되고 말았다.

특히 근대기독교 고서 중 독특한 것으로, 역사적 평가와 함께 주목하게 되는 책이 ‘그림’이 있는「천로역정(天路歷程,ThePilgrim's Progress)」과「명심도(明心圖)」이다.

「천로역정」은 영국의 청교도 작가 존 번연(1628∼1688)의 소설로 1678년 초판이 나왔다. 1895년 장로교 선교사 제임스 게일과 부인 깁슨이 당시 한글로 번역한「텬료력뎡」은 평양 장대현교회 길선주 목사가 읽고 감명을 받음으로써 1907년 평양 대부흥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초판은 소설의 제 1부를 2책으로 나눠 목판으로 인쇄하였으며 미려한 한지를 사용하여 한 장 제본으로 만들어졌다. 책 중 삽화는 총 42장으로 당대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 화백의 삽화도 수록돼 있다. 기산의 이 그림은 외래종교인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해 토착적인 전통을 반영한 한국 개신교 미술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1913년 출판된「명심도(明心圖)」는「천로역정」을 이은 최고의 전도책자로 주목하게 되는 미서(美書)중 하나이다. 책의 간기를 살펴보면 배부인(裵夫人)역술로 나오는데 이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베어드(William M. Baird, 裵偉良)선교사의 부인(夫人)을 말하는 것 같다.

조선예수교서회의 초기 전도책자「명심도」는 기독교의 진리를 그림을 통해 쉽게 전달하려는 전도책자로 국판 22면을 순한글 내려쓰기로 돼 있는데 이 책은 원래 1820년 초반, 고스너(J. E. Gossner)에 의해 독일에서 발간된 책인데 중국어로 돼 있던 것을 베어드 선교사 부인이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명심도(明心圖)」는 9장의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인간의 마음과 마음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생각들을 동물로 비유했다. 기독교의 진리를 그림을 통해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이 전도책자는 성결교단의 최고의 부흥사이자 한국의 무디로 칭송 받아온 이성봉 목사는 전국을 다니며「텬료력뎡」과 ‘명심도 강화’라는 제목으로 부흥회를 개최할 정도로 두 책을 높게 평가했다.

1956년에 이성봉 목사는 그 동안의 부흥회 내용을 정리하여 그림과 찬송을 넣어「명심도강화」라는 이름으로 책을 출간했다. 이 목사는 머리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밝혔는데 무엇보다 정결함, 특히 마음을 단정하게 갖는 것을 강조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육안과 머리로 보고 아는 것이 아니요, 맑고 맑은 심정을 가진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만이 알게 되는 분”이라고 피력했다. 그리고 그는 ‘마음’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9개의 그림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이 하나님을 만나기 전 단계부터 죽음이라는 마지막 단계까지 어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마음이라는 그릇을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천국에 갈 것인가, 지옥에 갈 것인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바른 마음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도를 좇아 하나님을 공경하고 정욕을 좇아 마귀의 꾐에 빠지지 않기를…” 이성봉 목사는 간절히 바랬다.

이성봉 목사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하늘나라 본점에 가기 전 우리의 심령에는 하늘나라 지점이 이루어지는데, 성도인 우리 모두는 천국 본점의 영광을 잘 반영하는 천국 지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명심도’는 발전하여 해방 후「박군의 심정」으로 기독교부흥협회에서 발행되었으며, 부흥회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고 그 후 「박군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개편돼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전도하는데 널리 사용되었다.

1984년 승리의 생활사에서는「당신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현대인에게 맞춰 배포하기도 하였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마음에는 항상 어둡고 어둠을 좋아하는 일곱 가지 동물들이 있는데, 이 동물들을 다 쫓아내야 우리의 마음이 밝아지고 참 평안과 즐거움이 깃든다면서 일곱 가지 동물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남들 앞에 나서서 자기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공작새. 둘째, 욕심 많고 지저분한 돼지. 셋째, 턱에 긴 수염을 달고 어른인체하기를 좋아하는 염소. 넷째, 자기 필요에 따라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자라. 다섯째, 얕은꾀와 눈치지 하는 여우. 여섯째, 이간질하는 뱀. 일곱째, 혈기를 부리는 호랑이.

그런데 이 일곱 동물을 우리의 힘으로 몰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을 내어 쫓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마음에 빛 되신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해 모시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우리 마음에서 예수님이 잠시만 떠나시면 그 순간 일곱 동물들은 다시 쏜살같이 들어온다. 들어오되 그냥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더 악한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온다(마 12:44-45). 그러므로 중요한 일은 항상 우리 마음에 예수님을 모시는 일이다.

오늘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잡다한 것들이 자리 하지 않도록 예수님을 모시는 일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맑고 깨끗한 영성, 더 나아가 건강한 신앙은 그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글쓴이: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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